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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의 향기] "복 짓지 않는 사람은 그 맛 몰라요"
  •  강법진 편집장
  •  승인 2020.03.25 13:51
  •  호수 1164

중구교당 황혜명 교도
중구교당 황헤명 교도

제가 다른 데는 욕심이 없는데 복 짓는 데는 욕심이 많거든요.
딸은 ‘엄마 이제 젊지 않아, 너무 무리하지 마’ 하고 만류해요.

걱정하는 마음은 알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복을 짓는다는 것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맛을 몰라요. 큰돈은 못 줘도,

줄 때는 아낌없이 다 줘요. 두 딸에게도 ‘나 먹고사는 것

딱 놔두고 버는 대로 복을 짓고 싶다’고 말해요.

딸들도 엄마가 최선을 다해 부지런히 사니까 다 알죠.

걱정은 해도 저에게는 늘 든든한 지지자이고 조력자들이에요.

“드드드득 드드드득 드드득~.”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재봉틀 바느질 소리가 사나흘 계속 된다. 얼마 전에는 ‘노숙인 도시락 나눔’ 현장이었던 봉공센터가 이제는 면 마스크 재봉 공장으로 변모했다.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또다른 일상이다. 

지난 3월 초, 원불교는 마스크 품귀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마스크 양보하기’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일회용 보건 마스크 대신 ‘면 마스크’ 일만 여 개를 제작해 꼭 필요한 곳에 나누기로 한 것이다. 원불교봉공회가 책임을 맡고, 서울 등 몇몇 지역에서 제작에 동참했다. ‘면 마스크’ 제작이 결정된 그 날, 대구에서 (소방공무원) 밥차 봉사를 하던 원불교봉공회 강명권 교무는 믿고 맡길 한 사람이 떠올랐다.    

결혼 전, 바느질을 배워 평생을 재봉틀과 함께 살아온 예타원 황혜명(70·중구교당) 교도다. 황 교도는 “강 교무님이 부탁한 건 다 해드리고 싶어요. 어쩌면 저렇게 봉사를 할 수 있을까 싶어서...”라고 한다. 실은 황 교도 역시 봉사하면 누구에게 밀리지 않는 사람이다. 퇴근하는 길로 3중 면 마스크 샘플과 원단을 구입해 밤새 14개를 만들었다. 그의 첫 작품은 김거성 시민사회수석을 통해 청와대로 전달됐다. 그 뒤로 그가 만든 견본에 힘입어 매일 10~20명의 봉공회원들이 봉공센터에 모여 열흘간 6천여 개의 면 마스크를 제작했다. 

 

복 짓는 데만 욕심이 많아요
종일 재봉틀 앞에 앉아 마감 바느질을 하느라 지칠 만도 한데, 그는 어김없이 새벽 4시30분이면 일어난다. 잠을 깨기 위해 샤워를 하고 홀로 입정에 든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기 직전에 결제한 ‘중구교당 50일 특별정진기도’ 덕분에 교당에 나가지 않아도 공부심이 마를 날이 없다.

“평상시에도 새벽기도를 했지만, 특별기도 기간에는 일원상서원문을 10독씩 하고 있어요. 서원문 10독을 하려면 최선을 다해 일직심을 모아야 해요. 기억력이 갈라질 때잖아요(하하)”라며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최근에는 뉴스를 볼 때마다 머리가 아팠는데 면 마스크 제작 봉사를 하면서 머리도 시원해졌다고. 

“제가 다른 데는 욕심이 없는데 복 짓는 데는 욕심이 많거든요.”
이 한마디에 그의 지나온 삶이 그려졌다. 아침 일찍 원단을 떼어다가 몸집 만한 재봉틀을 싣고 작업장에 왔을 때부터 그는 뭔가 기대에 차 있었다. 자신의 손으로 만든 면 마스크가 세계로 확산돼 가는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이라 생각하니 그럴 수밖에. “나를 지키는 일이 세상을 지키는 일이란 것을 알았다. 나만 아프면 괜찮은데, 내 가까운 가족이나 이웃에게 확산시키는 이 바이러스가 두려워 정신없이 (마스크를) 만들다 보니 아프던 두통도 다 나았다”고 뿌듯해 한다. 
그의 선행에 딸·사위도 열 일을 제쳐놓고 도왔다. 어릴 적 한쪽 다리에 장애를 얻은 그가 혹여 무리한 작업으로 아프지는 않을까 걱정돼 오가는 길을 차로 태워주는가 하면, 하루는 사위가 함께 봉사하겠다고 나섰다. 
“딸은 ‘엄마 이제 젊지 않아, 너무 무리하지 마’ 하고 만류해요. 걱정하는 마음은 알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복을 짓는다는 것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맛을 몰라요. 큰돈은 못 줘도, 줄 때는 아낌없이 다 줘요. 두 딸에게도 ‘나 먹고사는 것 딱 놔두고 버는 대로 복을 짓고 싶다’고 말해요. 딸들도 엄마가 최선을 다해 부지런히 사니까 다 알죠. 걱정은 해도 저에게는 늘 든든한 지지자이고 조력자들이에요.” 
 

덕을 쌓고 성불 이루는 ‘덕성가운’
그를 일찍이 알아본 다산 김근수 종사도 그가 가게를 내며 상호명을 지어달라고 요청했을 때, ‘덕성(德成)가운’이라 지어줬다고 한다. 20년 넘게 한 곳에서 이불과 가운가게를 운영해온 그는 주위사람들에게도 ‘인상 좋은 할머니’로 정평이 나 있다. 어떤 손님이든 가게에 오면 빈손으로 보낸 적이 없고, 아무리 경기가 안 좋아도 손님에게 ‘안 된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는 그다. 

그 바탕에는 일요일이면 으레 가게 문을 닫고 법회를 보러 다니는 진실한 신앙생활 덕분일 터. 원기57년 3월 12일 서울교당에서 입교한 날, 그는 정타원 이정은 종사의 인과법문(계문)에 꽁꽁 얼었던 원망심이 녹고 마음이 열려버렸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힘든 날이야 없겠느냐마는 인연불공만큼은 타고난 천성이라, 한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상생으로 맺게 해달라고 늘 기도한다는 그. 지난해 남편을 여의고 홀로 됐지만 10년간 딸들 덕분에 해외교당 봉불식을 원 없이 다녔다며 이제는 “생을 마치기 전까지 봉사만 하고 싶다”고 한다. 

그에게 이번 생은 ‘덕성’ 그대로 덕을 쌓고 성불을 이루는 참 좋은 생인가 보다.         

함께 봉사하고 있는 봉공회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황혜명 교도.

3월 27일자       

강법진 편집장
강법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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